그럼 나는? * 어떤날

오늘 한국문학은 김영하로 ‘대표’되거나 박민규로 ‘절충’되는 듯하다. 이런 시절 안재성과 김중미의 문학은 얼핏 박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을 읽다보면 박제인 건 그들의 문학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옛 파시즘은 리얼리즘을 탄압함으로써 우리가 리얼리즘과 만나는 것을 차단했지만 오늘 자본의 파시즘은 우리가 더 이상 리얼리즘에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듦으로써 우리가 리얼리즘을 만나는 것을 차단한다. 우리는 여전히 안재성과 김중미의 문학에 감동할 수 있지만 안재성과 김중미의 문학을 꺼림으로써 그들의 문학에 감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방은? 아주 쉽다. 눈 딱 감고 안재성과 김중미를 읽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잃은 문학은 죽었으며 이제 진정한 문학인들은 더 이상 문학을 하지 않는다며 김종철과 아룬다티 로이를 꼽은 바 있다. 나는 고진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고진이 지금 한국의 문학을 김영하나 박민규 정도로 파악한다면 그건 애석한 일이다. ) -김규항 '문학' 전문

 

한국문학을 김영하가 대표하고 있는지 박민규가 절충하고 있는지는 잠시 접어두자. 그들의 문학이 박제인지 오늘 우리의 삶이 박제인지 아닌지도 일단 덮어놓자. 그리고 다음 대목.

'옛 파시즘은 리얼리즘을 탄압함으로써 우리가 리얼리즘과 만나는 것을 차단했지만 오늘 자본의 파시즘은 우리가 더 이상 리얼리즘에 관심을 갖지 않게 만듦으로써 우리가 리얼리즘을 만나는 것을 차단한다.'

옛 파시즘은 그 스스로 리얼했기 때문에 그 리얼함을 리얼하게 까발리는 리얼리즘 문학을 리얼하게 탄압했고 그럴수록 리얼리즘 문학은 리얼해갔던 것인데 지금 자본은 너무 영악한 나머지 파시즘 티를 절대로 리얼하게 내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리얼리즘 문학은 생뚱맞은 것이 되었다. 김규항은 우리가 리얼리즘으로부터 차단된 상황을 지적함으로써 주류문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거나 그런 공격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그보다는 '일단 잡숴봐'다. 눈 딱 감고 안재성이나 김중미를 한 번 읽어보라는 것이다.

정말로 문학은 어디로 갔을까. 어딘가 짱박혀서 뭐라뭐라 웅얼거리는 거 같긴 한데 아닌게아니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김영하의 현란한 소재 선정과 박민규의 판타지는 나풀거리는 스탭과 가볍게 툭툭치는 잽같다. 다른 뜻은 없다. 확실히 김영하는 현란하고 박민규는 판타스틱하다. 하여 안재성과 김중미라면 이미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상대를 눕혀서든 제가 뻗어서든 이미 링을 내려간 시점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사뿐사뿐 스탭을 밟고 있다. 물론 게임의 방식은 저마다 다를테고 그들이 진짜 펀치를 날릴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그들은 '파이터'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로 보입니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저마다 제 인생을 리얼하게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리얼리스트는 아니듯이.

그럼 나는? 나는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떤 집을 짓고 싶은 걸까.


덧글

  • 쏘닉 2006/10/12 00:22 # 답글

    음. 뭔가 하나 없어졌네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를 더 현실적으로 바꾼 말이 있었는데. 그거 보고 아 기가 막히다... 생각했는데 아 정확하게 떠오르지를 않아....
    저마다 제 인생을 리얼하게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리얼리스트는 아니듯이 만큼 죽이는 문장이었는데 그거 복구해주삼 ㅋㅋ 또 읽고 싶어요!
  • 바야바 2006/10/12 11:30 # 삭제 답글

    요즘 불고있는 제개발 열풍이라는것도 건축의 파시즘이랄까?
    좀더 편하게 살아보자는 관념보다는 집값 땅값 올려 돈좀벌어보자는 인식들..
    그 덕택에 집없는 서민들만 죽어나지. 미분양 아파트가 부지기수임에도...
    그래서 난 안티 이맹박~
  • 싸리 2006/10/12 14:33 # 답글

    쏘닉 / 봤구낭 ;; 새벽에 쓴 거라서 자신이 없어서...지웠는데...새벽에 쓰고 담날 보면 꼭 어색하잖아. 근데 이 덧글 보고 다시 읽어보니 별 내용 없는디? 뭔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듯..ㅋㅋ;;
  • 싸리 2006/10/12 14:40 # 답글

    바야바 / 응...주택 보급률은 100%를 훨씬 넘어섰는데 자기집 가진 사람은 10명당 6명, 자기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10명당 5명 밖에 안된다잖아. 건축의 파시즘이라 해도 되겠지. 재개발 열풍과 건설5적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
  • 2006/10/12 19: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싸리 2006/10/12 20:29 # 답글

    비공개 / 난 니가 이걸 보고 무슨 말이든 할거라 생각했다...기대 만빵~~
  • imurim 2006/10/13 13:08 # 답글

    가만. 건축, 집 하니까, 얼마 전에 본 일본 드라마가 생각나요. 결혼 못하는 남자라고 아베 히로시 주연인데...직업은 건축가로 나오죠. 주방이 중심이 되는 설계를 해요.
  • 싸리 2006/10/13 17:34 # 답글

    ㅋㅋ 결혼 못하는 남자라...그 작가가 뭘 좀 아는가보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