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 잡념

누군가 나를 음식으로 기억해 준다면,
난 담담한 국물에, 적당히 익은 김치를 곁들인 '나주 곰탕'이고 싶다...


쪼의 미니홈피에 올려져 있던 글이다.
난 너를 나주 곰탕보다는 좀 저렴한 돼지국밥으로 기억하고 싶은데...

이 글을 패러디할까 하고 퍼왔다가 난 뭐할까 그냥 쌀밥? 김치찌개? 라면? 이밥에 고깃국? 
역시 화려한 음식은 안맞겠지?
그러다가 사람을 음식에 비유하는 게 그럴싸하구나,
'결혼과 연애'를 '쌀밥과 스파게티'식으로 비유하는 게 흔한 만큼 공감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맨날 쌀밥만 먹을 수 없는데 가끔 스파게티도 먹고 해야하는데 
결혼이란 그렇다면 
새로운 매뉴를 고르다 실패하느니 오늘부로 평생 이 집에서
'오늘의 정식'만 대 먹겠다는 단골 계약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다가

내가 사람 사이의 일을, 사랑을 너무 천박하게 보는 걸까
한 평생 옭아지는 연과 정을, 믿음과 책임을
긴 세월 켜켜이 쌓여가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무던함의 더께들과
애증어린 살가움과 양보와 타협과 체념과 수긍의 순리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다가

하지만 그런 게 결혼과 무슨 상관인가,
결혼이라는 계약과 제도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
공동체 문화로서의 결혼
혈족에 대한 집착과 재생산의 단위로서의 가족...

게다가 사랑에 대한 책임이 계약서에 적힌 갑과 을의 책임과 달라야 하는 이유,
더 숭고해야 하는 근거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배가 고파 천이백원짜리 뉴질랜드산 소고기 육포를 씹고 있다.

...개인적으로 쪼는 나를 모닝커피와 베이글로 기억해줬으면 싶다.흐흐
(쪼의 예상 덧글 : 지랄)

by 싸리 | 2008/01/13 13:16 | 짧게 | 트랙백(1)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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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2013 at 2008/01/13 23:54

제목 : 사람과 음식
가뜩이나 이런쪽으로나 저런쪽으로나 안좋은 속 사정때문에 팔자에 (아직은)없었던 음식조절도 해보는 마당에 유난히 눈에 뜨인 한 형님의 글. 사람을 음식에 빗대어 생각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만드는 요리의 특성으로 기억하는 이놈의 단순하고 무딘 감각의 소유자. 요리 과정이나 결과에 성격, 특성이 많이 담겨있는것도 사실이긴 하지. 만들어내는 음식으로 기억하는게 딱히 다른 음식을 가져다 빗대어 유추하는 것보다 조금은 더 정확할라나 확실히 더 멋대가리 없기......more

Commented by bok at 2008/01/13 14:04
'오늘의 정식' .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메뉸데요;

링크 저주소는 뭐, 크게 신경쓰지 마세요 ㅋ
Commented by 샤랄라 at 2008/01/13 14:30
난 밥처럼 먹는 스파게티..그리 별스럽지 않다....
밥을 스파게티 먹는거처럼 별스럽게 느낄수 있으니.. 밥이건 스파케티건 자주 먹어준다면 결혼과 연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스타일이 되는거지.
난 그게 좋다.
Commented by 샤랄라 at 2008/01/13 14:31
아참! 개인적으로 크림치즈 바른 베이글 너무 좋아한다.ㄱ ㄱ ㅑ!!!
Commented by 이상은이조아 at 2008/01/13 20:42
머그잔 커피빈 같다....
Commented at 2008/01/15 16: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상은이조아 at 2008/01/15 23:28
홍옹! 너 결혼하면, 나랑 못 놀까봐 걱정되서 그러지? 아니면, 나랑 살든가...언제든 받아줄께. 아니면, 결혼해도 모르게 만날까... 안 걸릴 자신있는데. 걸리면, 얘기해 우린 그냥 친구라고...우허허..미안...지랄..
Commented by at 2008/01/16 21:21
오빤 순대국밥................................뭔지 몰라도 순대국밥.
Commented by 이상은이조아 at 2008/01/16 21:23
녕! 넌 칼국수...껄쭉허니..
Commented by at 2008/01/16 21:30
압!..나 칼국수 좋아하는데...히히.. 쪼아!
Commented by 샤랄라 at 2008/01/17 18:42
녕님은 칼국수의 날(?)처럼 날씬하고 기다래서 잘어울리는것 같소
Commented by 싸리 at 2008/01/20 23:11
공통 : 주중에 답변을 올릴 여력이 없어 오늘에야 답니다.

2013 bok : 그 링크 주소 아직 적응이 덜됐다. ㅡ.ㅡ;;

샤랄라 : 그게 정답인 거 같다. 더군다나 기혼자의 말씀이니...끄덕끄덕..역시 넌 멋진 놈 크림치즈 베이글 먹자~ 아침 8시까지 회사로 오면 콩다방에서 크림치즈 베이글로 조찬회동 할 수 있다

이상은 : 그렇다

비공개 : 그런 얘기 예전에도 했었지 아마? ㅎㅎ 음...ㅋㅋ 너의 답글이 대박 웃긴다. 아참 담주 미팅이 학교인 거 같은데 아마 갈 거 같다. 볼라나? ㅎㅎㅎ

이상은 : 그러게 지랄~ㅋㅋ

녕 : 어느 오빠?

이하는 지들끼리 한 말
Commented by at 2008/01/22 14:28
어느 오빠긴. 니니니!! 니! 홍!!! 크림 베이글이고 싶어하는 순대국밥인지, 순대국밥이고 싶어하는 크림 베이글인지는 몰라도 일단 순대국밥!
Commented by at 2008/01/22 14:29
샤랄라 언니야..고맙~...^^... 언닌...따뜻한 호빵. 앙꼬가 듬뿍 들은 단팥 호빵.
Commented by at 2008/01/22 14:30
기형 오빠는 김치국 들어간 나주 곰탕....ㅋ
Commented by 쏘닉 at 2008/04/27 13:54
술로 기억해 줄께요
무려 와인으로 기억해 줄께요
진짜 내가 1년에 와인 시음해보는 횟수로 만나고 있는 듯
요새 왤케 비싸졌어영 ㅋ
Commented by 싸리 at 2008/04/28 14:53
음...소주가 되자 아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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